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프롤로그 2): 우리가 베를린으로 이민 온 이유

2021-07-09
우리나 베를린으로 이민 온 이유

‘우리가 베를린에 온 이유’에 대해 몇 년 전 우리 집에 온 대학 후배가 물었다.

“근데 왜 베를린으로 온 거에요?”

질문만 기억에 남을 뿐,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해 아주 매끄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아마도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거다.

우리가 이민을 온 이유

우리가 이민을 온 이유는 사실 대단하지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젊었을 때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오게 된 거다.
외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우리 인생에 분명 어떤 자양분이 될거라 생각했다.

해외에 사는 건 대단할 일은 아니다.

‘해외에 사는 게 특별한게 아니다’라는 생각의 근거는 아마도 (추측컨데) 세계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지금으로 부터 9년 전인, 2012년 우리 부부는 1년간 세계여행을 했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책들, 여행 중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아마도 ‘해외에 사는 것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는 것 쯤은 알게 했던 것 같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방식의 삶이 있다.

한국에 사는 친구는 나에게 ‘다른 나라에 사는게 보통 생각으로는 할 수 없는 일 일텐데…’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장기 여행이 그 장벽을 조금 낮게 해 주었다.
세상에는 새로운 혹은 잘 몰랐던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해외 사는 걸 도전한다면, 되도록 젊었을 때가 좋다.

그래서 아마도 그 때부터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여행이 아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되도록 이면 좀 더 젊었을 때가 좋겠다는 생각을 감각적으로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더 힘들거라는 걸 자연스럽게 습득 했던거 같다.

위와 같은 이유로 우리가 지금 베를린에 살고 있지만, 이 곳에 계속 살거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 이것도 아마도 한 번 다른 나라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 아닐까? 해보면 힘들긴 하지만 어찌어찌 되니까 말이다.

근데 왜 베를린?

다른 곳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산다면 베를린이라고 생각했다.

가난해도 원하는 삶, 그 비슷한 삶이 가능한, 베를린

그런데 왜 하필 베를린이었냐는, (우리가 아는 내에서) 우리 가족이 원하는 삶을 우리가 가진 돈으로도 베를린에서는 살 수 있다는 걸 여행을 통해 알았다.
2003년 Klaus Wowereit 베를린 시장이 베를린을 ‘poor but sexy’라고 정의 했다.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는 안 살아봐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9년 전 느낀 베를린은 시장이 한 말처럼 가난해도 원하는 삶 비슷하게 살 수 있을거 같아 보였다.

여행 중 베를린 친구네 집에 머물면서 알았다.

9년 전, 여행 중 알게 된 친구네 집에서 몇 주간 살면서 베를린의 집 값을 알았다.
또 베를린의 식료품 물가를 알았다.
얼마의 돈으로 어떤 삶을 사는지 친구의 모습을 보고 대충 예측 할 수 있었다.

의식주를 그 몇 주 간 살펴보고 여기에서는 우리 가족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몇 주간 우리는 상상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이미 베를린에 정착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계획했던 세계여행을 끝내기 위해 다시 여행을 출발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언젠가 베를린에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영영 못갈 것 같아서…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독일어 공부도 하고, 혹시 몰라 둘 다 학사는 이과 쪽으로 하나씩 더 가지게 됐다.
아들이 태어나고, 멍 때리며 생활하던 어느날 문득 아들이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면 더 이상 외국에 사는 삶과는 멀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들 첫 돌까지는 한국에서 지내다가, 그 이후는 우선 베를린에서 살아보기로 하고 무작정 비행기 표를 구입했다.

그게 베를린에서 살게 된 시작이었다.

해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은 작은 차이

우리는 어떻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베를린에 왔고, 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생활을 어느 정도는 만족한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내가 사는 곳 아닌 어딘가에서 다른 삶을 꿈꾸기 때문에 이 글을 볼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해보면 안다는 거다.
해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은 어쩌면 작은 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번 해보면 다른 걸 또 해볼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왜냐면 (긍정적인 의미에서 또 부정적인 의미에서) 이제 해보기 이 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게 우리는 처음이 세계여행이었고, 그 다음이 베를린에 살아보는 거 였다.

아, 마지막으로 어떤 게 더 힘들었냐고, 비교해보라면 세계여행보다 베를린으로 이민하는게 훨씬 더 힘든 일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여행과 사는 건 다르니까. 또 베를린 이민을 추천 하냐고 하면, 우리는 만족하지만 본인에게 분명 더 좋은 곳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감을 믿으시라. 여기가 아닌가보다 하고 또 다른데 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거다.

질문을 했던 대학 후배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의 경험으로는 여기가 도대체 뭐가 좋아서 여기 사는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는 결국 어쩌다보니 베를린에 살게 된 거다. 그래서 베를린에서 큰 시련이 와서 힘들었을 때도 신기하게도 이민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 조차를 안 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