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독일에서 산부인과 첫 검진

2021-06-17
독일의 청보리 밭을 지나가며…

독일에서 산부인과 첫 검진을 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
독일에 온 지 거의 5년이 되서 처음으로 독일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틈틈이 한국 방문에 산부인과를 다녀 오긴 했지만, 독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부인과는 항상 꺼려진다. 독일에서 뿐만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랬다.
아랫도리를 보여야한다는 민망함이 아마도 산부인과가 꺼려지는 가장 큰 이유일 거다.
그런 이유와 더불어, 독일 산부인과 관련해서 한국인 여성들에게 떠도는 이야기들이 있다.

하의 실종이 주요한 내용이다.
독일은 산부인과 검진 때 치마 같은 거 없이 나체로 있어야 한다는데 그게 아주 민망하다는 거다.

독일에서 이미 한 차례 여름을 보냈다면, 나체는 집 옆 공원만 가도 쉽게 볼 수 있다. 호수라도 간다치면,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위 아래 날 것으로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나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 하자면, 나이가 좀 있는 독일인 친구에게 왜 나체로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본인도 젊었을 때 나체를 즐겼기에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며 한 이야기는 결국 나체는 편하고 자연스럽다는 것과 나체로 있는 그 느낌이 좋다는거 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언젠가 나체로 호수를 수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다시 산부인과로 와서 내 경험을 이야기 해 보자면 오늘 경험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의상은 투피스

이미 독일에서 산부인과를 다녀온 친구의 조언에 따라, 원피스가 아닌 투피스를 선택했다. 아주 옳은 선택이었다.
산부인과 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친구의 말 처럼 산부인과 첫 검진에는 자궁을 먼저 보고 가슴 혹을 확인 했다고 했다. 친구의 말처럼 내가 방문한 의사도 자궁 검진을 먼저 하고, 가슴 혹을 확인했다.

원피스 였다면 가슴혹 확인할 때 팬티만 입고 확인해야 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오늘 온 환자들의 의상을 다 스캔해 본 결과 모두 투피스 였다. 위 아래 따로 된 옷이 산부인과 검진할 때 조금 더 편한 것 같다.

민망함은 없다

결과적으로 민망함은 오히려 한국보다 없다. 독일에 떠 도는 산부인과의 이야기는 내게 사실 조금 과장 됐다고 느껴졌다.

한국과 다른 점은 우선 진료실에 모든 시설이 다 있다.
내가 방문한 병원의 경우 환자가 검사를 위해 이 곳 저 곳으로 다닐 필요가 없었고, 아담한 방에 탈의실 부터 현미경, 자궁초음파, 산부인과 의자 오밀조밀 다 들어있었다. 예측컨데 독일 산부인과는 다 이럴 것 같다.

민망함이 없다고 느껴진 다른 한가지는 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가 없었다는 것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간호사가 보조하지 않고 의사가 모든 것들을 다 하기 때문에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간이 치마를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병원을 다녀오니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웃기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산부인과 의자에 올라서면 치마가 뭔 소용이랴. 게다가 이미 말했다시피 탈의 부터 산부인과 의자 사이는 한 두 발자국 거리이다.

다른 사람 말만 듣고, 두 발자국 거리의 민망함 때문에 병원을 못 간 내가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다.

오히려 한국 진료보다 괜찮았다

솔직히 말해 독일에서의 진료가 한국 진료보다 편했다.
나는 산부인과 검진을 한국에서도 너무 못해서 선생님들에게 혼 난 경험이 있다. 아기 나오는 줄 알았다는 소리도 여러 번 들을 정도로 소리도 지르고 엄청나게 긴장을 하는데, 오늘 선생님은 그걸 다 받아줬다. 물론 선생님도 몸에 왜 힘을 주냐면서 ‘Normal’하게 하라고 했는데, 이건 ‘Normal’하지 않다고 했더니 맞다고 하면서 서로 웃었다.

다음으로 자궁초음파 관문이 있었는데, 의사는 능수 능란하게 나에게 아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질문을 했다.
내가 자궁초음파에 관심을 못 두고 고민하는 사이에 이미 검사는 진행 되고 있었다. 아주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그렇게 걱정 만을 몇 년간 하며 한 번도 독일에서는 방문하지 못한 산부인과를 드디어 해냈다.

혹시 나처럼 걱정만 하고 산부인과를 못 가는 사람이 있다면 전혀 걱정 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실체 없는 소문때문에(나만 그랬을 수도 있다.) 산부인과 검진을 꺼려하진 말자. 한국과 산부인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의사 책상 한 켠에 있던 현미경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신뢰가 간다.

여담으로 내가 가지고 간 한국 산부인과 서류를 보며 독일인 의사가 아름답다며 놀라워했다. 본인은 아직도 수기로 기록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한국은 이미 컴퓨터로 모든 서류들을 관리한다며 말이다. 속으로 이런 기계는 사실 독일에서 개발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관문을 이제 고민해야 한다.

독일에서 수술을 해야할까? 한국에서 해야할까?

복강경은 사실 독일에서 발명한 수술방법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