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부활절 방학동안 아이슬랜드에서 읽은 책은 김연수 작가의 단편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 였다.
E-북으로 출간되자 마자 읽었는데, 여행하면서 천천히 다시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지친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 주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을 위로한 글 들을 다시 읽어두려고 필사해 두었다. 이걸 다시 블로그에도 남겨 둔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의 나를 기억해 두자.
도박에서 얼마나 딸 수 있는지는 자신이 결정할 수 없지만, 얼마나 잃을 지는 결정할 수 있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다. 계속지는 한 다음 번에 이길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까워진다.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는 결국 돈을 따게 돼 있었다. 다만 판돈이 부족했을 뿐이다.
내 판돈은 체력.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치지 않고’ 비에도 지치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더위에도 지지 않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욕심은 없고, 절대로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고있는, 하루에 현피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상대선수보다 연습량도 경험도 다 부족한데 어쩌겠니? 얻어맞고 쓰러져봐야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지.” “ㅇㅇ아, 인생 별 거 아니다. 버틸때까지 버텨보다가 넘어지면 그만이야. 지금은 그저 연습 중이야.”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 다음이 있어.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 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 쪽으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 때 바람이 불어와. 세컨드 윈드“
언제부터 인가 그는 세상을 거울이라고 생각해왔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어딘가 뒤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믿음에 가까웠지만, 그는 늘 눈 앞에 펼쳐진 세계의 모습을 통해 지금 자신의 내적 상태를 점검하곤 했다. 거리의 풍경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들리는 소리에 자세히 귀를 기울이는 건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그러므로 자연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두려움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그 의미없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그 의미없는 것들의 무자비함을. 이 무자비함의 그물에서 벗어나려면 사람은 자기내면에 의미를 세워 자연을 해석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