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의대는 학기가 끝나면 방학동안 국가고시 시험을 본다.
1학년 1학기에는 시험이 없다. 대신 방학동안 2주 혹은 4주간 Landwirtschaftliche Praktikum(농장실습)을 해야한다.
2학기가 끝나면 Biologie, Chemie, Physik, Botanik 4과목의 Vor-physikum을 보고,
3학기가 끝나고 Biochemie와 Tierzucht,
4학기가 끝나면 Histologie u. Embryologie, Anatomie, Physiologie 시험을 본다.
제대로 된 방학이 없다.
나는 3학기가 끝나고 Biochemie와 Tierzucht를 봤다.
Biochemie(생화학) Physikum은 떨어졌다.
1년 간 배운 생화학을 학기가 끝나고 2주 만에 보는 mundlich Prüfung을 해 낼 정도로 보진 못했다. 그 짧은 기간동안 아프기도 했다.
시험 운도 없었다.
(독일에서 Mundlich Prüfung은 어떤 교수를 만나느냐, 어떤 테마를 받느냐에 따라 점수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시험 운이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시험 당일 아침에 시험장에 도착해 등록을 하면 비서가 어느 교수방으로 가라고 가르쳐준다. 교수는 4명이 있다. 생화학은 교수 스타일에 따라 미리 공부하는 방법도 불 가능하다.)
게으르게 공부 했던 건 아니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Stoffwechselweg을 적고 또 적었으니까.
이번 3학기는 너무 힘들었다. 시험도 많고 날씨도 안 좋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지치게 했던 6개월 정도 되는 너무 긴 한 학기였다.
열심히 한 거 같은데, 마지막 Physikum은 떨어지기까지 해서 충격이었다. 다시 마음 잡기가 힘들었다. 결국은 림프가 부은 건지 목에 혹이 생겼다.
나중에 다른 학생을 통해 들은건 우리학교 교수 왈, 우리학교는 생화학을 대충하지 않기로 유명해서 자랑스럽다고.
해낼 수 있을까나.
Tierzucht는 그래도 합격
몸이 아픈 상태와 Biochemie 시험에 떨어진 상태에서 Tierzucht를 공부해야 하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하기 싫었다. 이것도 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과 동시에 의지가 바닥을 쳤다. 도망가는 자에게 출구가 없는 것 처럼 생화학에서 Nukleinsäure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는데, 이건 완전 유전에 관련된 거라서 더 싫었던 것 같다.
Tierzucht는 2시간동안 한 페이지당 1~3문제씩 20장정도되는 문제에 서술형 문제로 나온다. 시험을 보면서 내 평생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험이 시작되었는데, 집중도 안 되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의지가 있다면 뭔가 더 쓰겠다만 더 쓰고 싶지가 않았다.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시험장에서 이런 생각이 든 다는 건 이상했다.
쉬어야만 되는 상태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 시험을 해내지 못하면 지레 지쳐서 허덕일 거라는 것도 나는 알기에 공부가 안되고 아파도 도서관에 그냥 가서 그랬던 걸까. 번아웃인건가.
결과는 4학기 중 나왔다. 베를린이 따뜻해진 5월 말 정도였다. 다행히 이건 생각보다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방학
Tierzucht를 보고 부활절 방학 2주가 주어진다. 곧바로 4학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방학도 Biochemie를 합격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Biochemie 2차 시험이 4학기 시작 하고 바로 다시 있다.
초등학생과 대학생 방학
초등학생 아들과 대학생 엄마의 방학기간이 다르다. 겹치는 건 1년에 2번 이다. 부활절 2주, 크리스마스 2주. 그래서 6개월 전부터 내가 항상 가고 싶었던 아이슬랜드 여행을 계획 했다.
6개월 전에 미리 비행기표와 블루라군만 내가 예약하고 나머지 구체적인 계획은 남편이 다 했다. 시험에 떨어지는 바람에 아주 신나게 출발하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아들과 시간도 보내고 책도 읽고, 머리에 바람을 넣고 왔다.
여행을 다녀오고 고맙게도 편도염이 왔다. Biochemie 시험은 4학기가 끝나면 봐야 한다.
그리고 이번 학기를 통해 운동을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 체력이 좋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