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책 추천)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바바라 A. 바우어

2021-04-30
ㅇ이잊이주중주ㅈ

이중언어 아이들과 부모의 도전

아이가 있는 가정은 외국에 살다보면 언어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국이 아닌 곳에 살다보니, 외국어는 차치하고 아이의 모국어인 한국어도 문제가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현재 만 다섯살 반인 우리 아이의 경우 요즘 한글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게 마음 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선 부모가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가르쳐야한다는 점이 어렵고, 한글 노출은 한글책 보는 것 외에는 없기에 아이의 흥미가 들쑥날쑥 합니다.

우리가 지금 한국이라면, 아들에게 이미 한글을 터득한 또래 친구들이 자극을 줄 터이고 주변 간판들, TV 프로그램도 한 몫 할 겁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요즘은 독일에서도 쉽게 한국 TV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고, 아이가 흥미로워 하는 컨텐츠가 많다는 것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집에서 직접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부모가 자식 교육하는거 아니다’라는 흔한 말들이 ‘점점 내 이야기인 것만 같다’라 할까요.

왜 한글을 가르쳐야만 할까

우리 아이에게 모국어인 한국어를 유산으로 남겨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여행 중 만난 이민자 출신의 친구들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배우고 자란 저 개인적으로는 해본 적이 없는 정체성의 문제를 10대 이후에 고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 친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들었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예상컨대 외모에서 오는 차이, 문화에서 오는 차이 등 이 곳에도 저 곳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그 무언가가 정체성이라는 것들 건드렸을 수도 있겠지요.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의 비율과 인터넷의 발달로 약해진 문화의 장벽, 고향에 대한 의미가 무너진 우리 아이의 세대는 어떻게 될 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의 변화와 더해 아이가 모국어까지 잘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아이가 이와 관련된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언어는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를 기반으로 한 국가의 문화와 정체성이 깃들여지고 이해가 되니까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특히 나이가 들더라도 자유롭게 모국어로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삼십이 넘어 시작한 외국어는 시간이 지나도 제게는 외국어 이니까요.

유럽에서는 이중언어, 다중언어는 일상다반사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면서 언어에 관한 지문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또 이중언어, 다중언어를 이미 경험한 다른나라 친구들의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글을 읽고 쓰지는 못하지만 유창하게 모국어를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 한 가정에서 여러가지 언어에 노출 된 자녀 이야기(심지어 5개의 언어에 노출 된 아이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삼 남매 중 누구는 유창히 하고 누구는 못하는 사례 등.

언어와 관련 된 주변이야기는 이론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서 집에 오는 길에는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되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래서 찾게 된 책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은 외국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 혹은 외국어를 조기교육하고 싶은 부모라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많이주는 책입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중언어, 삼중언어는 다반사입니다.

한 언어의 지위와 그에 대한 태도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사례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중언어의 아이들은 성공적으로 이중언어 습득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영어의 지위나 그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영어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가령 한국에서 영어를 구사하는 어린이를 만나면 어린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영어로 이야기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소수어라고 볼 수 있는 핀란드어를 구사하는 어린이를 만나면 핀란드로 이야기하려고 할까요?

영어 뿐만 아니라 주류 언어라고 볼 수 있는 언어들이 소수언어 보다는 더 이중언어 습득에 성공적이라는 말은, ‘결국 언어란 아이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건가?’ 언어에 대한 아이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말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한 번은 유치원에서 있던 일들에 대해 도통 설명을 안하는 우리 아이가 울면서 다른 반의 잘 모르는 아이가 본인에게 와서 “한국어는 별로다.”라는 말을 했다고 슬퍼했습니다. 이미 이런 일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거라는 예상은 했으면서도 ‘우리 아이가 외국에 살면서 한국에 살았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시련을 이렇게나 빨리 겪게 되겠구나.’ 라는 슬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보고 다른 사람보다 아이 본인이 모국어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야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두 부모의 모국어가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일 경우 어떤 언어를 아이의 모국어로 선택해야 할 지, 아이의 연령대에 따라 이중언어 교육을 어떻게 해야 될 지 성공사례와 실폐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저희 처럼 아이의 언어발달을 고민하는 부모에게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